요네하라 마리 :: 광화문 일기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다시, "요네하라 마리"다

by 마음산책 2017.01.16


유쾌한 지식여행자 요네하라 마리는 말했습니다. “상식이 밑바탕부터 뒤흔들리는 드라마를 체험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으니 동시통역과 구걸은 사흘 하면 그만둘 수 없다”고. 방대한 지식과 자유로운 사유를 우리에게 ‘동시통역’했던 요네하라 마리.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사람, 사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그녀에 관해 독자 여러분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마침내 왔네요. 우리가 알고 있는 요네하라 마리는 이런 사람이지요. 러시아․일본 정상 외교 회담의 전문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자 작가와 비평가로 왕성하게 활동한 이. 1960년대 어린 시절 공산당원인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로 이주해 국제학교에서 이異문화를 경험하고 도쿄외국어대학과 도쿄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뒤, 옐친과 고르바초프가 지목한 일급 동시통역사로 활동한 일본 여성. <요미우리 문학상>과 <고단샤 에세이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필력과 특유의 관찰력을 인정받은 작가. 하루 일곱 권의 책을 읽어치우며 언어, 역사, 문화인류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인문주의자. 그를 수식하는 글은 많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대지주의 아들이었으나 모든 걸 버린 채 사회주의 혁명에 투신했다. 1960년 1월, 요네하라는 공산당 국제정보국이 프라하에서 운영하던 공산주의 이론지 <평화와 사회주의 제문제>에 일본공산당이 파견한 그 잡지 편집위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갔다. 그때부터 1964년 11월(중학교 2학년 3학기)까지 약 5년 동안 외국 공산당 간부 자제들 전용학교인 소비에트 학교에 다녔다. 50여 개국 아이들이 한 반 정원 20명 아래로 배정된 교실에서 논술과 토론 위주의 수업을 받은 요네하라는 일본에 돌아간 뒤 객관식 OX 문답시험에 당황했고 일방적 주입식 교육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으며 프라하 친구들과 그 시절을 그리워했다. 도쿄외국어대 러시아어과를 나와 도쿄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옐친이나 고르바초프가 지목해서 통역을 부탁할 정도의 일급 동시통역사 생활을 하면서 1990년까지 대학에서 가르치다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06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독신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 특이한 이력의 분방하고 자유로운 삶 자체가 하나의 극적인 드라마였다. 다수의 상식과 편견, 고정관념을 깨고 동서양을 넘나든 다문화적 경계인, 자유인, 국제인적 감각과 사유, 톡톡 튀는 발상과 경쾌한 문체, 거침없는 독설이 빚어내는 재미가 ‘중독성’을 지녔다는 요네하라 문학은 그런 삶의 소산이었다.  

-한승동 선임기자, <한겨레> 서평 기사  


이렇게 경쾌한 문체, 거침없는 ‘독설’이 빚어내는 재미로 무장한 요네하라 마리 월드는 국내에까지도 이미 마니아층을 형성했습니다. 호쾌한 입담의 요네하라 마리 월드에 한번 들어선 사람이라면 이 매력적인 세계에서 놓여날 수 없을 거라 감히 단언합니다. 이 ‘개성’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마리 고유의 매력이니까요. 마리의 개성에 관해서는 하나뿐인 여동생 이노우에 유리가 언니를 추억하며 써내려간 솔직하고 유쾌한 기록 『언니 마리』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이노우에 유리는 이탈리아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셰프이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고 이노우에 히사시의 부인이기도 합니다). 


언니는 어려서부터 정말 특출하게 개성적이었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같이 지낸지라 사실 그다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10대 후반부터는 언니가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위로부터 “저 사람 재밌네, 좀 희한한 사람이 있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을 만나봐도, “응? 이 정도면 마리가 훨씬 재밌고 희한한걸” 하고 여기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제 틀 안에서는 개성적이요 재미있다. 그러나 모든 이가 그 틀을 깨고 나와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리에게는 틀이란 게 없었다. 그 요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언니는 타고난 에너지로 정신을 자유롭게 활짝 열어젖히고 살았다. 그 결과로 약간의 곤란함도 즐거움도 함께 받아들였다. 덕분에 주위에도 불똥이 튀는 일이 있었지만 그조차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리워진다. 

-이노우에 유리, 『언니 마리』(2017, 마음산책)


복잡다단한 인생사를 꿰뚫는 요네하라 마리의 촌철살인 마음산책은 2006년 11월 첫 번째 번역서인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시작으로, 2013년 10월 그가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책인 『유머의 공식』까지 열여섯 번째 번역서를 출간하는 것으로 요네하라 마리 전작을 완간한 바 있습니다. 소녀 시절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를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의 내면을 들여다본 논픽션 『프라하의 소녀시대』부터 기존의 상식과 정의, 정통과 이단에 반문을 제기하는 재미있는 문화인류학 『마녀의 한 다스』,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비롯해 음식에 관한 동서고금의 문화사까지 아우른 음식론 『미식견문록』, 통찰력과 재치가 빛나는 80가지 생각 코드 『교양 노트』, 지구 곳곳의 속담을 통해 인류의 보편상을 엿보는 『속담 인류학』까지 예의 촌철살인은 빛이 납니다. 이를테면 이런 글들이지요. 



“절대 절대 외치지만, 인간사에 절대라는 것은 절대로 없어.”       


“좁은 시야, 오만한 강요, 무지하고 자만에 가득 찬 독선, 다른 문화나 역사적 배경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빈곤한 상상력, 이런 사고가 얼마나 골치 아픈 것인지. 게다가 이런 정신의 소유자가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비극이다.”      


“인간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능동적 행위는 돈을 내는 일.”       


“즉 어디에선가 일을 너무 많이 하면, 다른 어디의 일은 없어진다. '일량보존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을 법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어떤 식으로 열심히 하느냐다. 이상한 일을 열심히 하면 주변에 폐가 될 뿐이다.”       


“‘나에게 재능이 있는데 바보 같은 주위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늘 푸념하는 사람이 있다. 탤런트의 어원에 의하면 재능은 묻힐 리가 없다. 그 재능을 꽃피우는 힘도 재능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노력에 따라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분야에서는 이상형을 취하고, 용모나 나이 등 노력의 여지가 없는 분야에서는 쓸데없이 이상형을 품지 말 것. 이것이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닐까.”      

요네하라 마리의 방대한 지식과 이를 꿰는 포복절도할 재담을 섭렵하다 보면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꾼이란 이러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다감함, 날렵함, 섬세함, 유머감각”(고종석)을 고루 갖추기란 어려운 미덕이잖아요.       


이문화 체험에 기반한 글들은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많아졌다. 하지만 요네하라 마리의 에세이가 그런 류의 에세이들에 비해 깊이가 있는 것은, 다름에 대한 체험을 소개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 데 있다. 다름을 통해 타자와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다름이란 결국은 같음의 또 다른 양태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에 있다. 발터 베냐민은 이야기꾼의 두 모델로 농경문화 속에서 오래도록 농사를 지은 노인과 전 세계를 항해하는 뱃사람을 들었지만, 요네하라 마리의 에세이들을 읽었더라면 거기에 두 문화의 접점에서 그것을 이어주는 통·번역가도 포함시켰으리라. 

_김석중, 『교양 노트』 ‘옮긴이의 말’에서  


“타고난 에너지로 정신을 자유롭게 활짝 열어놓고 산” 요네하라 마리. 살아 있었더라면 그녀의 더 많은 에너지에 포섭당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아직 요네하라 마리를 접하지 않은 독자들이 새삼 부러워지기까지 합니다. 진짜 이야기꾼 요네하라 마리를 이제 곧 알게 될 기쁨이 있을 테니까요.




책표지이미지

요네하라 마리 특별 문고 세트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2017.01.15

빈레이어
책표지이미지

언니 마리

이노우에 유리 |마음산책

2017.01.15

빈레이어






+ Recent posts